[한국강사신문 김선희 칼럼니스트] "학원은 언제부터 보내야 하나요?", "다른 집 아이들은 벌써 선행학습 한다던데, 우리집만 늦은 건 아닐까요?", "혹시 제가 아이를 잘못 키우는 건 아닐까요…늘 불안하고 걱정돼요."
부모교육 강연이나 코칭시 가장 자주 듣는 질문들입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불안은 부모의 일상에 그림자처럼 따라붙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내가 좀 더 단단해지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사실 이 불안은 단순히 개인 성격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구조적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불안의 정체는 사회구조의 산물입니다.
부모 불안을 개인의 심리적 약함이나 기질적인 문제로만 해석하면 근본적 해결책을 찾기 어렵습니다. 진짜 원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적 구조에 있습니다.
첫째, 입시 중심 사회의 압박구조입니다. 성적과 대학이 곧 인생의 안전망이라는 메시지가 부모 세대를 옥죄고 있습니다. "(시험에서)한 번 놓치면 끝난다"는 두려움은 부모와 아이를 압도해 현재를 즐길 여유조차 빼앗아갑니다. 여러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학부모 대다수가 "자녀의 성공이 부모 책임"이라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둘째, 정보 홍수와 비교문화입니다. 학부모 단체 채팅방,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끊임없이 다른 집 아이들의 소식이 흘러들어옵니다. #서울대 키워드는 넣어야 조회수가 올라가는 채널들. "누구는 벌써 ○○를 시작했다더라"는 한마디가 불안을 증폭시키는 불씨가 됩니다. 정보가 많을수록 선택의 부담은 커지고, 비교는 일상이 됩니다.
셋째, 과도한 책임감의 내재화입니다. "성공하면 아이 덕분, 실패하면 부모 탓"이라는 불균형한 인식이 부모를 더욱 힘들게 만듭니다. 아이의 모든 결과에 대해 부모가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불안을 더욱 키웁니다.
심리학에서는 불안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위험에 대한 과잉 반응"이라고 정의합니다. 이처럼, 불안은 현실이 아니라 상상에서 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상상이 한국 사회의 교육 구조와 맞물릴 때, 부모는 매 순간 아이를 재촉하고 확인하며 결국 관계가 삐걱거리게 됩니다. 현실 속 불안으로 대화가 무너지는 순간들, 어떻게 대처할까?
연령대별로 나타나는 실제 대화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초등학생과의 대화 사례입니다. "오늘 숙제 다 했어?", "응.", "제대로 한 거 맞아? 선생님한테 또 혼나는 거 아니야?", "엄마, 왜 자꾸 그래!"
다음은 중학생과의 대화사례 입니다. "오늘 시험공부 얼마나 했어?", "좀 했어.", "좀 했다는 게 얼만큼이야? 진짜 제대로 한 거 맞아?", "제발 그만 좀 물어봐! 내가 알아서 한다고!"
고등학생과의 대화 사례도 살펴 볼까요? "성적 어떻게 나왔어?", "그냥 그래. 쏘쏘.", "그냥 그렇다는 게 뭐야? 이러다 대학은 가겠어?", "하... 또 시작이네."
부모는 '관심과 책임감'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에게는 '불신과 압박'으로 다가갔습니다. 이렇게 불안은 '확인 질문 → 방어적 반응 → 갈등 심화'의 악순환으로 굳어집니다. 하지만 부모가 불안을 인정하는 순간, 대화는 다르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변화된 대화의 예시를 살펴 볼까요? "네가 알아서 하려는 걸 알지만, 솔직히 나도 마음이 불안할 때가 많아. 혹시 해보다 잘 안되면, 언제든 도와 달라고 말해줘." 이 말은 아이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부모 스스로도 불안을 조절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듭니다.
*K-SEL(한국형 사회정서학습)이란?
K-SEL은 자기인식·자기관리·사회적 인식·관계기술·책임 있는 의사결정의 5대 역량으로 구성됩니다. 단순히 학업 성취를 넘어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사회정서적 역량을 키우는 교육 철학입니다. 부모가 먼저 이 역량을 익힐 때, 아이에게 더 건강한 정서적 환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K-SEL 관점에서 바라본 자기관리 역량으로 불안 다루기
사회정서학습(K-SEL)의 두 번째 핵심 역량은 자기관리(Self-Management)입니다. 부모가 자신의 불안을 다루는 힘을 가질 때, 그 정서적 안정감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집니다.
실천 전략 3단계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1단계, 불안을 '내 문제'로 이름 붙이기입니다. "아이 때문에 불안하다"가 아니라 "나는 비교 때문에 불안하다" "나는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불안하다"라고 구체적으로 말해보세요. 불안을 객관화하면 아이에게 전가하지 않게 됩니다.2단계, 확인 질문을 열린 질문으로 바꾸기입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숙제 다 했어?" → "오늘 재미있었던 문제 하나만 골라서 나에게 가르쳐줘", "공부 언제 할 거야?" → "오늘 가장 집중하고 싶은 시간이 언제야?"를 적용해 보세요. 중학생의 경우, "시험공부 얼마나 했어?" → "어떤 과목이 제일 어렵게 느껴져?", "성적 어떻게 나올 것 같아?" → "이번에 가장 노력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뭘까?"를 적용해 보세요.고등학생의 경우, "성적 어땠어?" → "이번 평가에서 스스로 배운 전략 하나와 다음에 바꾸고 싶은 전략 하나는?", "진로는 정했어?" → "요즘 어떤 분야에 관심이 생기고 있어?"를 적용해 보세요. 이처럼 열린 질문은 통제가 아닌 공감과 연결을 만듭니다.3단계, 성과보다 과정을 관찰하기입니다. 성적표의 숫자보다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도전하고, 어디서 막히는지, 무엇에 관심을 보이는지 지켜보세요. 아이는 결과보다 노력과 과정을 인정받을 때 내재적 동기가 살아납니다.물론, 이러한 변화는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다시 예전 습관으로 돌아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꾸준함입니다. 실수하더라도 괜찮습니다. 부모도 성장하는 존재임을 기억하고, 매번 다시 시도하는 용기가 중요합니다.일상에서 실천해 볼 수 있는 자기관리 점검표를 제안해 보겠습니다. 한주의 마무리 시간, 주간 체크리스트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체크해 보면 어떨까요? 실천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번 주 내 질문 10개 중 열린 질문 몇 개? (목표: 6개 이상),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말 횟수 (목표: 주 2회 이하), 내 불안을 아이 탓으로 돌린 순간이 언제였나? (목표: 0회), 아이의 노력과 과정을 구체적으로 인정한 횟수 (목표: 하루 1회)관계 회복은 부모가 먼저 성장할 때 시작됩니다.한국 학부모의 불안은 개인의 기질적 문제도 있겠지만, 대부분 입시 중심 사회, 비교문화, 과도한 책임감이 만든 구조적 산물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불안을 방치하면 확인과 잔소리의 늪에 빠져 아이와의 관계는 점점 멀어질테고요. 하지만 부모가 먼저 K-SEL의 자기관리 역량을 키워 불안을 인정하고, 잠시 멈추고, 공감적 질문으로 바꿀 때 관계는 회복됩니다. 아이는 부모의 정서적 안정감을 통해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할 용기를 얻게 됩니다.마지막으로, 실천을 위한 셀프 성찰 질문 제안해 봅니다. 오늘 저녁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난 후,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나는 최근 아이에게 어떤 불안을 말로 표현했을까?", "그 불안을 아이 탓이 아니라 나의 감정으로 인식한다면, 오늘 저녁 대화는 어떻게 달라질까?"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깊이 들여다볼 부분이 있습니다. 왜 우리는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아이 앞에서만 특별히 예민해지고, 통제하고 싶어할까요? 왜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않을 말들이 아이에게만 튀어나올까요? 무엇이 우리 안에 숨어있는 감정의 스위치를 작동시키는 걸까요?칼럼에서는 "아이 앞에서만 나오는 나의 감정 버튼"을 주제로, 부모의 정서적 불안을 관리하고 회복하는 K-SEL 기반 자기관리 전략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정서가 안정되어야 비로소 말이 부드러워지고, 관계는 연결됩니다. 함께 성장해가는 여정, 이번 시즌2에서도 계속 함께하겠습니다. 김선희의 소통테라피 시즌2는 매월 첫 주 수요일에 업로드 됩니다.출처 : 한국강사신문(https://www.lecturernews.com)